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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폭풍이 한차례 숲을 휩쓸고 간 뒤 늙은 참나무는 더 못생겨졌다.
그는 새로 돋는 잎사귀로 자신의 몸을 감추려 애썼지만,
잦은 바람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어느해 가을,
참나무는 자신의 벌거벗은 가지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에게 하소연 했다.
"이젠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아.
난 세상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어."
그런데 얼마 뒤 딱따구리가 날아와 늙은 참나무 둥치를 쪼기 시작했다.
참나무의 몸에서 식량창고를 발견한 딱따구리는
따뜻하고 아늑한 그의 몸에서 가족과 함께 추운 겨울을 났다.
다람쥐도 늙은 참나무의 몸에 보금자리를 틀어
봄까지 따뜻한 겨울을 지냈다.
다람쥐는 기쁘게 재잘거렸다.
"이 구멍난 참나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얼마 뒤 참나무에게 신비한 일이 생겼다.
딱따구리의 날갯짓과 다람쥐의 행복한 마음이
참나무를 따뜻하게 했던 것이다.
늙은 참나무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찼고,
한숨 대신 행복의 노래를 불렀다.
가지 끝에 맺힌 빗방울은 보석처럼 빛났고,
별빛과 햇빛은 참나무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 주었다.
그 숲속에서 늙은 참나무만큼 아름답고 즐거운 나무는 없었다.
- 윌리엄 J. 베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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